[취재수첩] 한전 '알짜자산' 매각, 부메랑 될 수도

입력 2023-06-22 18:28   수정 2023-06-23 00:42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알짜 자산을 팔다 보면 나중엔 부실 자산만 남을 겁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재정을 갉아먹겠죠.”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며 줄지어 추진하고 있는 자산 매각에 대해 22일 한 대학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팔리지 않고 회사에 남은 부실 자산은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이를 상쇄해줄 알짜 자산은 팔아서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전은 지난달 투자 축소, 자산 매각, 인건비 감축 등을 담은 총 25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이후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과 디젤발전, 요르단 알카트라나 가스복합발전과 푸제이즈 풍력발전 등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천문학적 적자로 악화한 재무구조를 자산 매각을 통해 개선해보겠다는 취지다. 한국남부발전 등 발전자회사들도 호주 물라벤 유연탄 사업, 인도네시아 바얀리소스 유연탄 사업 등에 대해 매각 공고를 냈다.

매각 진행 중인 6개 사업의 투자비 대비 평균 회수율은 약 200%에 달한다. 수익성이 좋은 알짜 자산들이다 보니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반면 한전이 2007년 투자한 중국 산서화력발전의 경우 매각을 검토했다가 유보하기로 했다. 투자 회수율이 20%밖에 안 돼 제값을 받고 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추후 상장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이러다 보니 ‘한전과 발전자회사에 부실 자산만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자산은 부동산 불황기에 섣불리 헐값에 매각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보유 건물을 매각한 후 임차한다면 향후 임대료 부담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

한전이 지난해 32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건 갖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역마진’ 구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물론 적자 규모가 심각하다 보니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작년부터 이어져 온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전 국민의 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인 전기요금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곁가지 방안을 통해서만 재무구조를 개선하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자산 매각뿐만이 아니다. 송전망 등 전력시설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악화하고 안전 문제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당장의 허기에 내년에 심을 볍씨를 먹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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